1975년 6월 1일 월요일 오후 4시 15분 경에 아프리카 로디지아 솔즈베리(Salisbury)에서 경찰이 비무장 군중에게 약 40초 동안 총격을 가해 그 중 5명을 사살하고, 뒤이어 분노한 군중이 경찰을 수시간 동안 포위하자 다시 6명을 더 사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타임즈>와 <가디언>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임즈> RIOTING BLACKS SHOT DEAD BY POLICE
AS ANC LEADERS MEET
폭동 흑인들이 경찰의 발포로 사살되었다
ANC 지도부 회동중
<가이언> POLICE SHOOT 11 DEAD IN SALISBURY RIOT
솔즈베리 소요에서 경찰이 총으로 11명을 사살하였다
동일한 사건이지만, <타임즈>는 수동형을 통해 문장을 구성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살 행위의 주체인 경찰이 문장의 핵심 요소가 아닌
부가 요소(BY POLICE)로 등장합니다.
반면, <가디언>은 능동태를 사용하여
사살 행위의 주체가 경찰이라는 점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습니다(POLICE SHOOT).
<타임즈>는 피해자인 폭동 흑인들(rioting blacks)을 중심에 위치시켰고
가해자인 행동 주체인 경찰은 "by police"라는 생략가능한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반면에,
<가디언>은 사건의 행동 주체인 경찰을 선명하게 사건의 중심에 위치시켰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 기사(타임즈)에 작용한 언어적 변형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능동태 (Police shoot dead Africans): 사건 초기에는 행동 주체인 police와 객체인 Africans가 명확히 드러나는 능동태 구문을 사용하여 경찰의 발포로 인해 아프리카인들이 사망에 이러렀다는 인과 관계가 선명히 드러나 있다.
2) 수동태화 (Africans were shot dead by police): 능동태 문장이 수동태로 변환된어 police가 생략 가능한 부가적 위치로 이동하면서 전경이 아닌 배경으로 물러났다. 그만큼 행동 주체였던 경찰에 대한 책임이 경감되는 효과를 낳는다.
3) 행동 주체의 삭제 (Africans were shot dead): 수동태화에 의해서 by police라는 부가적 위치로 이동된 행동 주체가 이번에는 완전히 생략되어 사라졌다. 그 결과 총격으로 인한 아프리카인들의 사망 사실은 존재하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게 된다.
4) 동사의 자동사화 (Africans died): 이제 죽음은 'shot'이라는 타동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died"라는 자동사에 의해 표현된다. 죽음과 관련된 어떠한 인과적 관계의 추적도 불가능해지는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5) 명사화 (deaths): 이 단계에서는 행동 주체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아프리카인들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즉 죽음에 대한 인과적 관계가 완전히 실종된 상태로 죽음만이 홀로 잔존하게 된다.
6) 새 문장으로의 흡수 (factionalism caused deaths): 명사화를 통해 실제 행동 주체를 완전히 떨쳐버린 상태에서 "deaths"는 이제 새로운 문맥에 흡수되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 때문에 죽음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적 인과 관계는 완전히 사라지고, 죽음을 야기한 원인으로 새로운 행동 주체(아프리카 지도자들의 파벌성)가 등장하게 된다.
사건 초기의 인과 관계가 (경찰의 발포에 의한 아프리카인들의 사망)가 일련의 선택과 배제의 과정(수동태화 -> 행동주의 배제 -> 동사의 자동사화 -> 명사화 -> 새문장으로의 흡수)을 통해 변형되어 결국에는 원래 사건과 무관한 아프리카 지도자들 사이의 파벌성이 죽음을 초래했다는 결론으로 귀착되는 이데올로기적 변형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판적 담화분석은 1) 능동태/수동태(Police shoot dead 11 Africans ⇒ 11 Africans were shot dead)의 선택 및 배제, 2) 행동주 police의 선택 및 배제(Police shoot dead ⇒ 11 Africans were shot dead by police ⇒ 11 Africans were killed in riots), 3) 동사의 명사화(shoot dead, were killed ⇒ sad loss of life, deaths), 4) 새로운 인과관계의 등장(factionalism caused deaths) 등과 같이 특정 문장 구조의 선택과 배제를 통한 이데올로기의 변형 및 생성 과정에 주목하여 분석을 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동사 sell의 자동사와 타동사 용법에 관한 이야기들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꽤 까다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간동사로 분류할 수 있는데, 능격동사와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만 분명 다릅니다.
그래서 좀 까다롭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잘 몰러유 ㅠㅠㅠ)
학교나 학원에서는
능동태 문장과 수동태 문장을 전환하는 형식적인 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 중심의 교수방법은, 왜 수동태 문장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합니다.
여러 가지 설명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만,
제가 위에 짧게 소개해드린 방법은 '비판적 담화 분석'이라는 분야로서
이 분야의 대표적 학자인 페어클로(Fairclough)가 '형식주의적' 접근방법을 지닌 Chomsky(촘스키)의 언어이론인보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을 하는 할리데이의 체계기능 언어학을 도입하면서 발전시킨 분야입니다.
세상의 어떤 이론도 모든 언어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은 한 명의 학자가 모든 것을 다 다룰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늘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부디 혜안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불금 보내십시오.
참고도서, 최윤선 <비판적 담화분석>, 한국문화사